한의학으로 본 체질
한의학으로 본 체질
  • 김영철 원장
  • 승인 2011.05.03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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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주위에서 흔히 ‘내 체질이 원래 그래!’ 하는 말을 듣곤 한다. 이런 경우에 말하는 체질이란 개인의 특성이나 알러지가 있음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개인의 특성이 아니라 국민 대다수를 나눌 수 있는 혈액형처럼 잘 변치 않으며 특징지을 수 있는 그룹적 특성을 ‘체질’이라 하겠다.

체질이란 몸의 성질과 유전적 기질을 말한다. 서양에서는 성질을 성격과 기질로 나누었다. 히포크라테스는 인체를 혈액, 점액, 황담즙, 흑담즙으로 이루어 졌다는 체액병리설을 주장하였다. 이후 갈레누스는 다혈질, 담즙질, 우울질, 점액질 등의 4기질설을 말하였다.

한의학에서는 약 3000년경 <황제내경>에서 처음으로 음양오행에 의한 체질의 분류가 있었다. 태양인, 소양인, 태음인, 소음인, 음양화평지인으로 나누었고, 또 하나는 목형, 화형, 토형, 금형, 수형의 오태인으로도 나누고 있다.

우리나라 고유의 체질 의학은 1894년 동무 이제마의 <동의수세보원>에서 창안되었다. 인간은 천부적으로 그 타고난 성정에 따라서 오장의 크기가 정해지고 그에 따라 체질이 고정되어 정해진다고 주장하였다. 오장이란 심장을 중심으로 폐, 비, 간, 신을 말하는데, 이 오장은 평생 동안 쉬지 않고 일하는 기관이다. 오장의 중심이 되는 심장은 누구나 군주의 역할을 하므로 일정하다고 보며 나머지 네 장부의 대소허실에 따라 체질을 나눈다.

사상이란 옛사람들이 본 우주 변화의 근본 중심을 상징하는 태극에서 나온 말이다. 변화하는 태극에서 음양으로 나뉘고, 다시 네 개의 사상으로 나뉘는데 음양의 변화되는 상을 의미한다. 그 사상의 체질마다 장부의 대소가 다르며 허실이 다르다. 그러므로 장부의 대소에 따라 외관도 다르며, 골격과 성격, 행동양상도 다르다. 물론 성정도 체질상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사상체질에서 심장은 몸과 마음의 근본으로 보며 이는 동일한 환경을 준다고 보았다. 나머지 네 장부의 강하고 약함이나 능력의 대소도 마음의 변화에서 온다고 본다. 변할 수 없는 하늘로부터 타고난 성품인 성정 안에서 활동하는 마음을 육체변화의 에너지로 본 것이다. 이 성정은 성품과 개성으로 교육이나 훈련으로 바뀌지 않는다.

이제마선생께서도 체질 감별이 어려운 처녀가 있어 뜰에 등을 보이게 세워놓은 후 갑자기 뒤에서 치마를 들추었다는 고사가 있다. 그런 후에 그 반응을 보려는 것이었다. 적극적이며 성질이 나 있으면 양인으로 판단하고 소극적이고 부끄러워했다면 음인이라 하였을 것이다.

‘대소’란 뜻은 형태의 크고 작다는 뜻이 아니라 ‘허실’의 개념이다. ‘대’란 넘친다는 개념의 ‘실’하다는 뜻이고, ‘소’란 부족하다는 개념의 ‘허’하다는 뜻이다.

외향적이며 양적인 성격과 몸의 특성을 보이며 상부(머리, 목)가 발달하고 폐대간소한 체질을 태양인이라 한다.  음적인 성격과 몸의 특성을 보이며 중부(가슴, 복부)가 발달하고 간대폐소한 체질을 태음인이라 한다.  곧은 소리를 잘하며 잘 먹는데 살이 안찌는 체질로 양적이며 상체(목, 가슴)가 발달하고 비대신소한 체질을 소양인이라 한다.  내성적이며 음적인 성격을 가지며 몸은 하초(둔부)가 발달하고 신대비소한 체질을 소음인이라 한다.   또한 여기에 각각의 체질마다 열체질과 한체질로 나눌 수 있는데 이를 팔체질 또는 팔상체질이라 한다.

그 후 허준 선생의 동의보감을 연구하는 학파에서는 얼굴과 몸의 그 형상대로 병이 온다고 하여 형상체질을 연구 발표하였다.

형상체질에서는 얼굴이 동그란 형을 정(精)과라 한다. 부지런하며 열심이고 낮잠도 아까워하며 잘 자지 않는 체질이며 너무 한 가지 일이나 사람에 열중하여 정의 소모가 많다고 한다.

얼굴이 역삼각형인 사람은 신(神)과라 한다. 상상력이 풍부하여 늘 생각이 많고 밥 먹을 때도 생각에 잠기는 때가 많다. 꿈을 많이 꾸며, 그래서 잠자는 자세가 많이 변하며 잔다. 그래서 깊은 수면을 못 취하며 생각이 많아 어떤 일이던지 용두사미가 되기 쉽다.

얼굴이 네모진 사람이나 각이 많은 사람은 기(氣)과라 한다. 타고난 성품이 자기와 남에게 모가 나고, 마음의 걸림이 몸에도 기가 잘 막힌다. 둥글둥글하기가 쉽지 않으며 그래서 소화기와 기병이 많다. 향이 많은 음식물이 기를 소통하여 주므로 늘 먹으면 그 몸에 이롭다.

얼굴이 길쭉한 사람은 혈(血)과라 하는데 빈혈이 잘 된다는 뜻으로 빈혈과이다. 위확장이나 위하수 또 모든 기관이나 장기의 하수가 잘 온다. 척추질환과 간기능이 약하므로 항상 소 간이나 선지국 등이 좋다. 몸을 따뜻하게 하며 닭고기 홍삼 꿀 엿 등 열량과 에너지가 많은 것이 몸에 좋다. 계획을 잘 세우며 진취적이지만 뒤끝이 약한 경우를 경계해야 한다.

이렇게 형상체질과 사상체질이 우리나라의 고유의 체질이라 할 만하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체질을 잘 연구하고 발전시켜 그 비밀과 특성들을 잘 알아야 한다. 우리에게 또 자녀들에게 더욱 좋은 교육과 훈련을 통하여 더욱 건강해지며 개성이 드러나는 사람들로 성장하여 주면 감사하겠다. 이런 가정들이 모여 평강한 몸과 마음으로 아버지의 나라를 넓혀 가는 일에만 열중하는 삶의 모습들을 기도 가운데 본다.

우석대학교 한의과대학 겸임교수 감초당한의원장 김영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