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민, 박근혜에 여뢍되려면 부정 타니 외부접촉 말라
최순실 씨의 부친 최태민 씨는 과거 측근을 동원해 박근혜 대통령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며 배후 조정해왔다는 청와대 보고서가 공개됐다. 박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씨는 당시 “누나가 최태민의 꾐에 빠져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는 4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노태우 정부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실 보고서를 공개했다. 노태우 정부는 1980년대 말 박 대통령과 최태민 씨가 연루된 의혹을 집중 조사해 보고서를 만들었고 1989년 10월 노태우 대통령에게 보고됐다.
보고서는 “최 씨는 재단 내부에서 ‘최 회장’으로 불리고 있으며 외부에는 ‘박근혜 씨의 후견인’이라 소개하고, 처(妻)로 하여금 박근혜 씨의 생필품을 제공하게 하는 식으로 관계를 지속하고 있다”고 기록했다.
최순실 씨가 ‘회장님’으로 불리면서 박 대통령의 의상 등을 챙기며 국정에 개입한 것과 비슷하다.
보고서에는 동생 박지만 씨가 “누나가 최태민의 꾐에 빠져 다른 사람 말을 듣지 않아 사전 약속 없이는 집에서도 만날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는 내용도 있다. 최 씨가 박 대통령과 지만 씨의 접촉을 막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2013년 취임 후 근령ㆍ지만 씨 두 동생을 청와대에 부르지 않는 등 거의 접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조선일보는 전했다.
보고서에는 “최 씨가 박근혜 씨에게 ‘신의 계시로 몇 년만 참고 기다리면 여왕이 될 것이므로 친ㆍ인척 등 외부인을 만나면 부정을 타게 되니 접촉을 피하라’라고 했다거나 ‘세계 정세가 여성 총리가 동쪽으로 이동하게 되어 영국의 대처 총리, 파키스탄의 부토 총리가 탄생했는데 1990년대 초에는 우리나라에도 여성 총리가 나오게 되는데 그 인물이 박근혜’라고 예언했다”는 내용도 있다.
보고서는 “박근혜 씨는 최 씨가 신의 계시로 자신을 위해 헌신해 (최 씨를) 절대적으로 믿을 수 있다고 확신하고 모든 일을 그의 조언에만 의존하는 실정”이라면서 “최 씨가 ‘박근혜 씨에게 최면을 걸어 육영수 여사의 환상이 나타나게 해 환심을 사고 있다’는 유언비어와 ‘박근혜 씨가 근화봉사단 조직이 완료되면 차기 대통령에 출마할 꿈을 꾸고 있다’는 등의 설(說)이 시중에 유포되고 있다”고 기술했다.
당시 민정수석실은 최 씨가 각종 재단 운영에 관여해 물의를 일으킬 우려가 있다는 정보도 접수했다. 이와 관련, 박 대통령의 동생인 근령ㆍ지만씨는 1990년 8월 노태우 대통령에게 보낸 호소문에서 “최 씨가 육영사업(육영재단), 문화재단(한국문화재단) 등의 회계장부를 조작하는 식으로 재산을 축적했다”고 폭로했다.
조선일보는 “박 대통령은 1990년 동생 근령 씨와 벌인 육영재단 분쟁 당시 ‘내가 누구한테 조종받는다는 것은 내 인격에 대한 모독’이라고 했고, 최 씨의 비리 의혹에 대해 ‘반대 세력의 악선전’이라고 반박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