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한 울산 복지공무원 유서 발견

- "난 일개 부속품일 뿐…내가 죽으면 믿어줄까"
- 하루하루가 사투보다 치열, 인간이기에 존중받고 싶어
- 열심히 버티라 말들 하지만, 일해보지 않은 사람은 몰라

2013-03-22     김윤환 기자

"일이 많은 것은 참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적어도 인간이기에 최소한의 존중과 대우를 원하는 것이다."

지난 19일 자살한 울산시 중구청 소속 사회복지직 공무원 안모(35·9급) 씨가 남긴 A4용지 두 장 분량의 유서 첫머리에 적혀 있던 글이다.

 그가 쓴 유서에는 과중한 업무가 주는 스트레스와 거대한 공무원 조직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사회복지직 공무원의 힘든 삶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그는 유서에서 "공공조직의 제일 말단에서 온갖 지시와 명령에 따라야 하는 일개 부속품으로 하루하루를 견디는 것은 사투보다 치열하다"며 "내 모양이 이렇게 서럽고 불쌍하기는 처음이다"고 비참했던 생활을 호소했다.

또 "누구에게나 힘들고 고된 자리니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열심히 버티라고 (사람들이) 말해주겠지만 이 자리에 앉아보지 않은 사람들 입장에서는 충분히 쉽게 할 수 있는 말이다"며 "부모, 부인, 내가 아는 모든 사람에게서 깔끔하게 사라져 준다면 적어도 내가 진짜 절박했노라고 믿어줄 것이다"고 그동안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가슴앓이를 덧붙였다.

안 씨는 이어 "지난 두 명의 죽음을 자신들이 약하고 못나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죽음으로써 내 진심을 보여주고 싶다"고 유서를 끝맺었다. 안 씨가 언급한 '두 명의 죽음'이란 지난 1월 31일 용인시 기흥구 신갈동 병원에서 투신한 용인시청 사회복지직 공무원 A(29) 씨와 지난달 26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성남시청 사회복지직 공무원 B(여·32) 씨로 추정된다.

안 씨는 지난 1월 임용돼 울산 중구의 한 주민센터에서 사회복지직으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지역 아동센터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봉사활동을 하다가 35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공부해 사회복지 공무원 임용시험에 합격했다.

그러나 합격의 기쁨도 잠시뿐이었다. 일종의 수습기간인 시보상태인데도 산더미같은 업무가 주어졌다. 아동보육과 노인, 장애인, 한부모 지원 업무 등은 기본적이고 올해부터 교육청에서 동 주민센터로 이관된 초·중·고 교육비 지원 업무까지 모두 도맡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안 씨는 최근 2주간 출퇴근에 소요되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 부인과 자녀가 있는 북구 매곡동 집에도 가지 못하고 중구 성안동에 위치한 본가에서 출퇴근을 했다.

문제는 새로운 신입 인수 직원이 들어오면 경계한다는 것이다.
너 고생 해 봐라~ 맞 좀 봐라~ 난 일을 가르쳐 주는 사람이 없어서.. 밤 12시 넘어 퇴근했다.

업무인계 시, 컴퓨터 하드 디스크에 있는 모든 문서파일을 삭제하고 종이 파일만 준다.
이렇게 독한 놈에게 인수인계를 받으면 모든 문서를 새로 만들어야 하니..정말로 죽어나고 삶이 불행 해지니.. 모든 것들이 자기보다 학벌이 높거나 똑똑한 사람이 들어오면 경쟁심리에 따른 개인 이기주의로 인한 피해를 보는 공무원이 있다는 것에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러나 자살한 울산 중구청 안 모씨의 마음도 이해는 가지만 힘들다고 벅차다고..죽음과 바꾼 안씨의 행동에 많은 이들이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한다.

죽음과 바꿀만한 반대쪽에 뭐가 있을까?
남의 목숨을 가지고 희롱하는 사람도 용서할 수 없지만 자기 목숨이라고 함부로 내팽개치는 이런 류의 자포자기도 용서 받을수 없다.

열심히 최선을 다해 박수 받아 스스로 만족하며 긍정적인 모습으로 인내하면서 살아간다면 그것이 더욱 행복한 삶이 아닐까? 부당한 시스템이나 조직에 대해서는 차차 문제점을 파악해서 개선제안을 찾아보고 그러다가 영 안되면 다른방향의 인생도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내 부모와 내자식, 가족을 생각한다면 그렇게 쉽게 인생을 포기할순 없다. 불효의 죄, 사랑하는 사람과 세상을 등진 죄를 어떻게 돌릴수 있을까? 개인의 문제로만 보아서는 안될 안씨의 죽음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경제가 둔화되고 사회가 혼란스러울수록 취업하는 젊은이들이 철법통이라 하는 공무원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은데 희망을 안고 출발하는 새내기들에게 장미빛 인생임이 틀림없다.

혹시 우리 사무실에도 업무에 시달리며 갈등하는 동료가 없는지 주변을 둘러보길 바란다. 업무의 유능함도 중요하지만 개인간, 부서간, 세대간의 소통을 이루는 공무원, 사랑으로 함께하는 가족이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