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국가대표선수, "지하철역서 구걸하고 있다" 충격

- '美 이겨야'가 목표인 혹독한 중국식 엘리트 교육

2012-08-09     김윤환

중국의 전 체조 국가대표 장상우가 지하철역 앞에서 체조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그는 행인들에게 자신의 기술을 보여준 뒤 푼돈을 챙기는 구걸자로 전락해 중국인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런던올림픽에서 메달 집계 순위 1위를 놓고 중국과 미국이 치열한 다툼을 벌이는 가운데 중국 내에서 '금메달 만능주의'에 대한 회의와 반성이 일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8일(현지시간) 중국이 자랑하는 육상 영웅인 류샹(29)이 남자 110m 허들 예선에서 탈락한 사실을 전하며 2008 베이징올림픽과 사뭇 달라진 중국 내 반응을 상세히 전했다.

류샹은 110m 허들 예선전에서 허들에 걸려 넘어져 탈락했지만 중국인들은 격려와 응원을 보냈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는 "여전히 우리의 영웅이다" "그는 항상 최선을 다했다"는 의견이 많았다. 비난 여론은 류샹 개인에게 잘못을 돌리기보다 엄격한 소비에트식 스포츠 시스템과 금메달 집착에 대한 지적이었다. 한 네티즌은 "개인을 억압하는 국가 스포츠 시스템에서 류샹이 선택할 수 있는 건 이겨서 존경을 받거나 자신을 다치게 하는 것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중국의 수영영웅인 쑨양에 대한 중국인들의 지적도 전했다. 쑨양은 수영 남자 자유형 400m와 1,500m에서 금메달 2개를 따는 등 런던올림픽 최고의 스타로 떠올랐다. 하지만 그가 금메달을 따기 위해 무려 1,000만위안(약17억7,000만원)을 투자했다는 중국 언론의 보도가 나오면서 중국인들 사이에서 "금메달이 과연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냐"는 비판도 나왔다.

중국 스포츠의 가장 큰 목표는 미국을 이기는 것이다. 중국이 최근 미국과 백중세를 이루게 된 것은 스포츠스타 육성에 남다른 관심과 비용을 쏟았기 때문이다. 중국의 웨이즈 종 아시아올림픽위원회(OAC)위원은 "중국은 영화·음악 등 문화 분야에서 미국을 이길 수 없다. 미국을 이길 수 있는 것은 오직 스포츠뿐"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중국식 엘리트 교육'을 혹독하게 시키고 있다. 국가대표로 선발되면 국가가 지원하는 훈련소에 들어가 가족과 격리된 채 혹독한 훈련을 받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중국은 운동선수에 맞는 자질ㆍ체형 등을 기준으로 어린이들을 선발해 강도 높은 훈련을 시킨다. 수영스타 예스원의 경우 손이 크다는 이유로 여섯 살 때 선발됐고, 체조선수들의 경우 네 살이면 특수 체조학교에 들어간다.

최근에는 중국의 한 체육관에서 미래의 올림픽 스타들을 혹독하게 키우는 장면이 공개돼 화제를 모았다. 지난 2일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중국의 한 체육관에서 어린 아이들을 혹독하게 훈련시켜 아동학대 논란이 일고 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체조 코치가 다리를 밟자 고통에 겨워 얼굴을 일그러뜨린 채 울음을 터뜨리는 한 여자아이의 사진은 전 세계에 충격을 안기기에 충분했다.

1일(한국시간) 남자 역도 69kg 급에서 금메달은 거머쥔 린 칭펑(23)의 사연도 웃고 넘기기엔 충격적이다. 린 칭펑은 국가대표에 선발된 열일곱 살인 2006년 집을 떠났다. 그가 금메달을 따자 중국에서 텔레비전을 보던 아버지는 아들을 몰라봤다. 린 칭펑이 집을 떠난 이후 한 번도 가족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린 칭펑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알렸지만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한 중국 선수들이 비참한 생활로 전락하기도 한다. 뉴욕타임스는 중국에서 국가대표를 그만두고 은퇴한 선수들은 24만명에 이르는데 상당수가 질병과 가난, 실직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에는 중국 체조 국가대표 출신인 장상우(29)가 베이징 지하철역을 전전하면서 구걸하는 모습이 포착돼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장상우는 지하철역 출구에서 체조 기술을 보여준 뒤 행인들로부터 돈을 받았다.

장상우는 12살에 중국 체조 국가대표팀에 선발돼 2001 베이징유니버시아드에서 개인전과 단체전을 동시 석권하며 유망주로 각광받았다. 그러나 2004 아테네올림픽을 2년 앞두고 아킬레스건이 끊어지는 부상을 입은 후 국가대표팀에서 방출됐다.

중국 국가대표팀의 경우 은퇴시 정부가 지정해준 직장에서 생활하거나 스스로 직업을 찾는 방안 중에서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데, 장상우의 경우 생활보조금 6만3,220위안(약 1,000만원)을 받고 스스로 직업을 찾기로 했다. 그러나 패배감에 휩싸인 그는 지급받은 보조금을 탕진하고 생활고 시달려 수차례 도둑질까지 저질렀다.

하지만 중국의 베테랑 스포츠 기자인 양창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스포츠 시스템을 옹호하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중국의 사회적 가치를 높이고 중국인의 사기를 위해선 더 많은 메달이 필요하다"며 "중국 선수들은 중국의 밝은 내일을 위해 자신의 젊음을 걸고 노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