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위 한일전은 200억짜리 빅매치 ‘결승보다 더 떨려’
통상적으로 3~4위전은 금메달 경쟁에서 밀려난 두 팀이 치르는 김빠진 경기가 되기 십상이다. 그러나 태극전사들에게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결승전보다 더 살떨리는 빅매치다. 이기면 병역 면제 혜택을 받지만 패하면 메달도, 병역 혜택도 물거품이 된다. 2012 런던올림픽 3~4위전 승리때 얻을 수 있는 병역혜택을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무려 200억원을 가뿐히 뛰어넘는다. 한·일전은 한 판 승부에 200억원이 걸려있는 빅매치인 셈이다. 순수하게 선수들 연봉만 계산해서 나온 금액이 이 정도다. 동메달 획득에 따른 포상금과 선수 가치 상승 등 부수적인 요소를 추가해서 계산할 경우 이보다 더 높은 금액이 나온다.
◇3~4위전 승리의 경제적 가치 계산법
태극전사 18명의 연봉을 모두 합하면 약 120억원에 이른다. 군대에 가면 소속 클럽으로부터 연봉을 받을 수 없다. 군대에 입대할 경우 태극 전사 18명이 벌지 못하게 될 연봉은 무려 200억원에 이른다.
김보경을 예로 들어보자. 올 시즌 카디프시티로 이적한 김보경은 1년 연봉은 21억원이다. 그러나 아무리 고액 연봉자라도 군대에 입대하는 순간 또래 젊은이와 똑같은 처지가 된다. 병장이 10만원, 이병은 8만원 선이다. 군 입대 기간은 약 21개월이다. 이 기간 동안 구단에서 받지 못하게 되는 급여는 36억원에 이른다. 만일 김보경이 군에 입대해 21개월 동안 월급을 모두 저축할 경우 약 200만원을 손에 쥐고 제대할 수 있다. 200만원은 36억원의 1800분의 1에 해당한다.
◇축구 기량 성장에도 걸림돌
당장 연봉을 못 받는 것만큼이나 힘든 건 군 입대가 축구 기량 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상무 축구단이 있지만 아무래도 지금 몸담고 있느 구단에서 꾸준히 성장하고 싶다는 게 선수들의 바람이다. 또 병역 면제를 받을 경우, 해외 진출의 꿈도 훨씬 더 쉽게 이룰 수 있다. 연봉이 그리 높지 않은 국내 K-리그 선수들까지도 병역 면제에 목을 매는 건 이 때문이다.
◇병역 면제 집착은 오히려 독
그러나 이처럼 엄청난 병역 면제의 혜택이 오히려 경기력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욕심에 눈이 멀어 몸이 굳기 때문이다. 뼈아픈 경험도 있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홍명보 감독이 이끈 대표팀은 금메달 고지를 눈앞에 둔 아랍에미리트와 4강전에서 어이없이 0-1로 패했다.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을 차지해야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한국은 매번 최정예 멤버가 출전하고도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이후 한 번도 1위를 차지하지 못했다.
홍명보 감독은 "나나 선수들 모두 병역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고 했다. 이는 마음을 비우고 명예를 위해 몸을 던지자는 당부의 말이기도 하다. 어마어마한 혜택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 정신력을 유지하는 게 승부의 관건이다. 그래서 한·일전은 일본과의 싸움인 동시에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