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궁 올림픽 첫 세트제..피 말리는 납량 특집

2012-08-03     김윤환

심장이 쫄깃쫄깃해지는 '한여름 밤의 납량특집'이었다.

런던올림픽에서는 사상 최초로 양궁 개인전이 세트제로 치러졌다. 세트제는 한 세트에 3발씩 총 5세트로 진행되는데 이기면 2점, 비기면 1점을 얻는 방식이다. 한 선수가 3세트를 내리 따내 6-0으로 앞서면 경기는 그대로 종료된다. 마지막 5세트까지 세트스코어가 동점이면 슛오프(연장전)에 돌입한다. 단 한 발씩만 더 쏴서 과녁 중심에 더 가깝게 화살을 맞힌 선수가 이긴다.

기보배는 아이다 로만(멕시코)과의 결승에서 세트스코어 5-5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결국 화살 단 한 발로 금메달을 결정짓는 순간이 왔다.

먼저 쏜 기보배의 화살은 8점 과녁에 꽂혔다. 탄식이 터져나왔다. 그러나 곧이어 쏜 로만은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기보배와 같은 8점에 맞혔다. 그러나 기보배의 화살이 좀 더 안쪽에 꽂혔다. 기보배는 순간 펄쩍 뛰어오르며 환호했다.

전체 경기 내용도 밀고 당기는 접전이었다. 기보배는 첫 세트를 2점 차로 이겼지만 두 번째 세트는 비겼다. 그리고 세 번째 세트를 내주면서 동점이 됐다. 4세트에서는 기보배가 올 텐(30점)을 기록하면서 살아나는가 싶었지만 5세트에서 또 한 번 심장을 졸이는 순간이 왔다. 5세트에서 기보배의 한 발을 남겨두고 점수는 18-27로, 기보배가 9점 혹은 10점을 쏴야만 우승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기보배의 화살은 8점에 꽂혔다.

세트제는 총점이 더 많아도 질 수 있다. 앞서 한국의 최현주는 16강전에서 베랑제르 슈(프랑스)와 슛오프까지 가는 접전 끝에 5-6(25-26 28-28 26-29 28-27 27-22<9-9>)으로 졌다. 최현주는 총점이 더 많았지만 결국 세트제의 희생양이 됐다.

국제양궁연맹(FITA)은 한국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매 대회마다 경기 방식을 바꾸고 있다. 그래서 이변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고, 이 탓에 한국은 2008 베이징올림픽 남녀 단식 금메달을 놓쳤다. 그러나 '강심장' 기보배는 보는 사람마저 간을 졸였던 세트제를 보란 듯이 이겨내고 금메달을 따냈다.

기보배는 "로만이 슛오프 화살을 쏠 때 보지 못했다. 전광판을 보니 내 화살보다 더 나가더라"며 웃었다. 어머니와 아버지 이야기를 하다가 눈물을 보인 기보배는 "왜 이렇게 활을 잘 쏘는 거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갑자기 활짝 웃으며 "그냥 훈련을 열심히 해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