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펜싱은 어떻게 세계에 우뚝 섰나
2012 런던올림픽 펜싱의 깜짝 스타는 한국이다. 여자 사브르 김지연이 금메달을 거머쥐었고 플뢰레 최병철과 에페 정진선이 개인전 동메달을 따냈다. 오심으로 메달을 도둑맞다시피한 에페 신아람도 있었다. 한국 펜싱의 대들보 남현희와 기대주 구본길 외에도 곳곳에 실력자들이 배치돼 있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대학 및 일반까지 등록선수 1500명의 척박한 토양에서 일군 성과다.
한국 펜싱의 성장은 갑작스러운 결과가 아니었다. 2~3년 전부터 유럽에서는 한국 펜싱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한국 선수들도 각종 대회에서 유럽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비결은 안에 있었다.
한국은 유럽식 펜싱을 따라하지 않았다. 한국인 코치의 지도 아래 한국 선수들은 한국식으로 훈련했다. 이웃나라 일본이 유럽 코치를 영입하고도 별반 성과를 내지 못한 것과 대별됐다. 조종형 SBS 해설위원은 “스포츠 과학 연구소와 코칭 스태프가 유럽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을 강구했다”며 “체격 조건에서 뒤지는 한국인에 맞는 방법을 연구해 훈련했다”고 말했다. 한국식 펜싱의 특징으로는 빠른 발을 기반으로 해 득점을 올릴 수 있는 손동작이 꼽힌다.
맞춤 훈련으로 선수들의 기량도 상승했다. 이번 대회에는 14명이 출전했다. 올림픽 최다 인원이다. 14명 모두 세계 랭킹 16위 안에 들어있었다. 고른 기량으로 어느 선수에게나 메달을 기대할 수 있었다. 신아람이 당한 어처구니 없는 심판 판정과 피스트에서 넘어져가며 메달을 딴 최병철의 투혼이 선수단에 전해졌다.
마침 전세계적으로 세대 교체기에 접어들었다. 조 위원은 “펜싱에서 세대 교체가 오지 않았나 싶다”며 “지각변동의 시점에 한국이 세대교체를 잘 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대한펜싱협회의 회장사를 맡고 있는 SK의 전적인 지원도 큰 힘이 됐다. 랭킹 포인트를 얻기 위해 1년 10개 이상 열리는 국제대회에 참여하는 일이 쉬워졌다. 조 위원은 “SK의 지원이 큰 디딤돌이 됐다. 이에 맞춰서 한국 펜싱이 똘똘 뭉쳐 올림픽을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다”고 한국 펜싱의 선전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