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 연속 금메달 숨은 주역 이원희(?)
선의의 경쟁은 ‘나비효과(butterfly effect)’처럼 한국 유도의 금빛 중흥기를 맞게 했다.‘아마존 나비의 날개 짓이 몇 주 혹은 몇 달 후 미국 텍사스 주에 폭풍을 일게 할 수 있다’는 나비이론. 그 첫 시작은 지난 2004년이었다. 그리고 8년이 지난 2012년 런던에서 한국 유도는 메달 폭풍을 일으켰다.
한국 유도 최초의 그랜드 슬래머는 ‘한판승의 사나이’ 이원희(31·용인대교수)다. 그는 2003년 아시아선수권과 세계선수권을 모두 휩쓸고 2004 아테네올림픽에 나섰다. 가벼운 몸놀림과 정확한 기술로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 2006 도하아시안게임에서도 챔피언에 올랐다.
그러나 당시엔 이 ‘유도 천재’에 가려진 비운의 사나이가 있었다. 2012 런던올림픽 남자 유도 81kg급 금메달리스트 김재범(27·한국마사회)이다. 2004년 당시 이원희와 같은 체급인 73kg이었던 그는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를 우승하며 급부상했었다. 바로 한 달 뒤에는 당대 최강 이원희를 꺾으며 파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73kg급의 세계는 치열했다. 결국 올림픽 출전권은 이원희에게 돌아갔다. 김재범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도박을 걸었다. 꿈에 그리던 올림픽 출전을 위해 체급을 81kg으로 올렸다. 도전이었다.
10달간의 훈련은 고됐지만 결과는 값졌다. 베이징올림픽에서 은메달을 걸고 승승장구했다. 2009 아시아선수권대회, 2010 아시안게임, 2011 세계선수권대회까지 81kg급을 재패했다. 이번 런던올림픽에서는 온몸이 만신창이임에도 불구 81kg급 금메달을 따며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
이 사나이의 성공 뒤엔 또 한명의 가려진 인물이 있었다. 송대남(33·남양주시청). 이번 올림픽 최고 화제의 인물로 떠오른 그의 체급은 81kg이었다. 2006년부터 각종 세계대회를 제패했다. 세계 랭킹 1위에도 올랐다. 그러나 2008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갑자기 막강한 경쟁자가 나타났다. ‘괴물’ 김재범이었다. 올림픽대표 최종선발전에서 김재범에 0-3 판정패. 송대남의 올림픽 꿈은 물건너가는 듯 했다.
하지만 송대남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도 체급을 올리며 마지막 도전에 나섰고 마침내 런던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성과를 얻어냈다.
이원희가 만들어 낸 나비효과의 엔딩도 모두의 웃음 속에서 막을 내리게 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