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종오 첫 금에 국민이 빛났다

- 2연패 원동력: 집중력, 전용무기인 맞춤권총, 태어날 아기 '리오'의 힘 자극

2012-07-30     김윤환

 

2012 런던 올림픽에서 들려온 자랑스러운 강원의 아들 진종오 선수의 첫 금메달 획득과 런던 올림픽 소식에 경기 침체와 폭염 등으로 잔뜩 찌푸렸던 온 국민이 모처럼 활짝 웃었다.

진종오는 개막 첫날인 28일 오후(한국시각) 영국 런던 그리니치파크의 왕립 포병대 기지 사격장에서 열린 대회 남자 10m 공기권총 결선에서 100.2점을 쏴 본선 점수 588점을 합쳐 688.2점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어떻게 그렇게 침착할 수 있었는지 모르겠어요.” 진종오(33·KT)를 지도하는 김선일 남자사격 대표팀 감독은 지난 28일 금메달이 확정된 직후 기자들에게 이렇게 털어놓았다. 10m 공기권총 결선에서 마지막 사격을 앞두고 2위 루카 테스코니(이탈리아)가 턱밑까지 따라온 상황. 자칫 메달 색깔이 바뀔 수도 있었다. 

진종오는 흔들렸던 집중력을 다잡고 마지막 한 발에 혼신의 힘을 실었다. 결정적인 순간 흔들려 은메달에 머물렀던 아테네와 베이징올림픽의 악몽을 떨쳐내려는 듯 진종오는 총구를 과녁으로 향한 채 한참을 서 있었다. 금메달을 목에 건 진종오는 “마지막 발을 쏘기 전에 ‘아테네와 베이징 때처럼 아쉬움을 남기지 말자’고 생각했다. 그래서 최대한 집중했다.”고 말했다.

이번 올림픽을 맞는 진종오의 각오는 남달랐다. 베이징에서 금메달 1개(50m 권총), 은메달 1개(10m 공기권총)를 목에 걸며 사격의 강자로 떠오르기는 했지만 압도적인 모습을 보인 것은 아니었다. 특히 이날 결선에 출전한 선수들 모두 금메달 후보란 전망이 나올 만큼 기량이 엇비슷했다. 베이징에서 진종오를 물리치고 금메달을 따냈던 팡웨이와 ‘숙적’ 탄쭝량(이상 중국), 지난해 월드컵 파이널 우승자인 레오니드 예키모프(러시아) 등 견제할 상대가 너무 많았다.

하지만 강력한 라이벌들은 승부욕을 자극했다. 사격 경기는 한 발만 실수해도 메달권에서 멀어지는 경기. 이들의 존재가 오히려 진종오의 집중력을 키운 셈이다. 그만의 ‘전용 무기’도 금 사냥에 도움이 됐다. 진종오는 150년 역사의 오스트리아 총기회사 슈타이어 스포츠가 특별히 제작한 전용 권총을 들고 경기장에 나섰다. 진종오의 손을 본떠 그립 부분을 정확히 맞춘 이 권총은 같은 모델을 더 이상 만들지 않는다. 오로지 진종오만을 위한 총인 셈이다. 전용 권총은 사격 효율은 물론 심리적으로도 큰 역할을 했다. 진종오는 “경기 전부터 총만으로도 다른 선수들에게 위압감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곧 태어날 첫 아이도 큰 힘이 됐다. 지난 2006년 권미리씨와 결혼한 진종오는 오는 11월 아버지가 된다. 아내와 자신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 따와 ‘리오’라는 태명도 지었다. 올림픽 전부터 진종오는 틈날 때마다 아이 얘기를 하며 스스로 동기를 부여해 왔다. 금메달을 목에 건 뒤에도 “항상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대회에 임했다.”고 말했다. 올림픽 2연패와 2관왕을 향한 진종오의 항해는 이제 반환점을 지났다. 진종오가 이 여세를 몰아 2연패와 2관왕의 위업에 도전하게 될 50m 권총 결선은 다음 달 5일 오후 8시 30분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