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비문 성주사지 대낭혜화상탑비(大朗慧和尙塔碑) 오늘에 다시 쓰다”

-천년(千年) 전(前) 비문(碑文)…지금 이 순간 한 도시(都市)를 깨우다 -국보(國寶) 대낭혜화상탑비…5,120자 전편 해독 지역민 첫 시도 -단순 보존 넘어 ‘국보의 활용’이라는 새로운 방향 제시

2026-03-03     김채수 기자

 

충남 보령에서 국보에 새겨진 천년의 장문을 시민의 힘으로 다시 쓰는 뜻깊은 움직임이 시작됐다.

보령국가유산지킴이봉사단은 성주사지에 자리한 국보 「보령 성주사지 대낭혜화상탑비」 비문 5,120자 전편을 한 자 한 자 해독·풀어쓰기 하는 사업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간 주도로 이루어진 사업은 첫 전면 재해독·보급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단순 보존을 넘어 ‘국보의 활용’이라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며, 국가유산 행정 분야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대낭혜화상탑비는 통일신라 고승 무염(낭혜화상)의 생애와 사상을 기록한 비석으로, 신라 말 대학자 최치원이 왕명을 받아 지은 사산비명 가운데 하나다.

본문 5,022자와 주석 98자, 총 5,120자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은 선종의 사상과 당 유학 경험, 신라 골품제 변화, 유·불 사상 교섭까지 담아낸 통합적 역사 기록이다. 통일신라 탑비 가운데 최대 규모이자, 조각·문학·서예가 집약된 종합 예술품으로 평가된다.

이번 작업에는 보령출신 한국사능력검정시험 1급 만점자인 백남균 씨가 참여해 비문 전체를 정밀 해독했으며, 단순 번역을 넘어 현대어 풀어쓰기와 해설을 덧붙여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교육 자료로 재구성했다.

또한 남포초등학교 총동문회 이윤우 부회장의 후원으로 친필 원본과 번역본이 제작되어 지역 학교와 시민들에게 보급되고 있다.

김 시장은 “한 줄의 비문이 도시를 깨운다”며 “천년 전 돌에 새겨진 5,120자의 장문을 오늘 우리가 다시 읽고 쓰는 일은 단순한 해독 작업이 아니라 보령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는 일”이라고 밝히고, 이번 운동의 의미를 강조했다.

이어 “보령의 정체성은 과거를 복원하는 데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 정신을 미래세대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전하는 데 있다”며 “해양관광을 넘어 인문과 사유가 살아 숨 쉬는 도시로 도약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업은 ‘국보의 활용’이라는 측면에서도 의미를 갖는다.

그동안 국보는 보존 중심 정책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번 사례는 시민이 주체가 되어 읽고 해석하고 확산하는 능동적 활용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국가유산 행정을 총괄하는 국가유산청에서도 이러한 민간 주도형 콘텐츠 개발 사례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화유산을 단순 관람 대상이 아닌 교육·관광·인문 콘텐츠로 확장하는 모델로서 상징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보령은 대천해수욕장과 머드축제로 대표되는 관광 도시다. 그러나 이번 사업은 여기에 천년의 정신문화라는 깊이를 더하는 시도다.

봉사단은 향후 다국어 번역본 제작 국제 학술세미나 개최 인문 해설 프로그램 운영 청소년 역사 체험 과정 개발 등을 추진해 성주사지를 동아시아 선문화 탐방 거점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이는 글로벌 관광객 1억 명 시대를 대비한 문화적 마중물 전략으로 평가된다. 단순 소비형 관광을 넘어, 사유와 체험이 결합된 인문관광의 메카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성주사지 대낭혜화상탑비에 새겨진 5,120자의 문장은 천년의 시간을 건너 오늘의 보령과 대화하고 있다.

그동안 나무만 보고 숲을 못 보았다면 앞으로 불교사적이나 서예사적으로 매우 가치가 중요하며 문학사적으로 꼭 한번은 보아야 수치스럽지 않을 것이다.

돌 위에 새겨진 글씨는 변하지 않지만,그 글을 읽는 시민의 의식은 시대와 함께 성장한다.

민간의 힘으로 시작된 이번 국보 활용 운동은보령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는 동시에대한민국 문화유산 정책의 새로운 가능성을 비추고 있다.

천년(千年) 전(前)의 비문(碑文)이,지금 이 순간 한 도시(都市)를 깨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