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예언’이 아닌 ‘질문’을 남긴 인문유산 토정비결
-훈민정음이 문자로 백성을 살폈다면,삶 전체로 백성을 살폈던 토정비결에 국민이 답할 차례 -점서(占書)가 아닌, 한 시대의 백성을 살피고 삶의 방향을 묻던 생활인문서
훈민정음(訓民正音)이 문자로 백성을 살폈다면, 토정비결(土亭秘訣)은 삶 전체로 백성을 살폈다. 훈민정음보다 더 지독한 백성 사랑!, 그 애민(愛民)은 선언이 아니라 생활을 실천하는 살아있는 지혜였다.
‘보령국가유산지킴이봉사단(단장 임인식)’이 토정비결을 다시 부르는 방식은 분명하다.
점서(占書)가 아닌, 한 시대의 백성을 살피고 삶의 방향을 묻던 국가적 인문유산으로의 복원이다.
보령국가유산지킴이봉사단은 토정비결을 더 이상 ‘길흉을 점치는 책’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대신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던 민중에게 경고와 권면, 기다림과 절제의 태도를 가르쳤던 생활 인문서로 재정의하고 있다.
예언의 도구가 아니라, 오늘의 시민에게 선택을 요구하는 질문의 텍스트로서 토정비결을 다시 세우겠다는 것이다.
토정비결(土亭秘訣)은 오랫동안 민간 점서로 오해받아 왔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토정비결은 『국민보감(國民寶鑑)』, 『가정비결전서』 등과 함께 1950~60년대 가정마다 비치되던 종합 생활서의 일부였다.
토정비결은 그 삶의 흐름 속에서 언제 조심해야 하는지, 언제 기다려야 하는지, 어떤 태도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묻는 역할을 했다.
실제로 토정비결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문장은 예언이 아니라 경계와 권면이다. 미래를 맞히기 위한 언어가 아니라, 불안과 결핍의 시대를 살아가던 민중에게 건네진 생활 윤리이자 인문적 처방을 내린 생활 지혜를 담은 안내서였다.
토정비결에서 자주 등장하는 ‘귀인(貴人)’은 흔히 누군가의 도움을 의미하는 말로 이해돼 왔다.
그러나 토정비결의 사상적 뿌리인 『주역 周易』은 귀인보다 ‘대인(大人)’을 말한다. 대인은 권력자나 지위 높은 인물이 아니다. 시대의 흐름을 읽고, 공동체의 균형을 지키며, 스스로를 단련해 타인을 밝히는 사람이다.
토정비결이 던지는 질문은 분명하다. ‘귀인을 기다릴 것인가, 스스로 대인이 될 것인가.’ 이 질문은 500년 전의 것이지만, 인공지능이 답을 계산하는 오늘의 시대에 더욱 절실하게 되살아난다. 삶의 선택은 과연 기술이 대신할 수 있는가라는 근본적 물음이다.
토정비결에 담긴 사유의 바탕에는 음양오행(陰陽五行)과 자연 순환의 철학이 있다. 이는 태극기에 상징된 태극(太極)의 정신과 깊이 맞닿아 있다.
태극은 대립이 아니라 조화, 상극이 아니라 상생을 의미한다. 흑과 백은 서로를 이기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균형을 통해 지속되기 위해 공존한다.
AI가 수많은 데이터를 분석해 ‘답’을 제시하는 시대에, 보령국가유산지킴이봉사단은 국가유산의 언어로 질문을 던진다. 토정비결은 예언의 도구가 아니라 선택을 요구하는 인문 텍스트라는 인식이다. 기술은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지만, 삶의 방향까지 대신 결정해 주지는 못한다는 메시지다.
보령국가유산지킴이봉사단은 토정비결을 AI·디지털 기술과 결합하되 점술이 아닌 인문·철학·생활 윤리 콘텐츠로 확장하고 있다. 토정마루를 중심으로 시민과 관광객이 함께 읽고, 묻고, 답하는 공공 인문 자산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이 같은 접근은 ‘미소·친절·청결·칭찬’을 핵심 가치로 내세운 OK보령 시민운동과도 맞닿아 있다. 형식적 도덕이 아니라, 토정비결과 『국민보감』에 흐르는 경(敬)과 애민을 오늘의 일상으로 옮기는 실천이라는 점에서다.
보령시 관계자는 “토정비결은 미래를 맞히는 책이 아니라 오늘의 삶을 바로 세우게 하는 질문의 책”이라며 “국가유산을 통해 국민 스스로 삶을 성찰하게 하는 도시, 그것이 보령이 지향하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불확실성이 일상이 된 시대, 국민은 여전히 묻는다. ‘내일은 어떻게 될 것인가.’ 토정비결이 남긴 대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미래를 점치기보다 먼저 사람이 되라는 것.이제는 국가도, 도사도 아닌 국민이 답할 차례다.
한편, 보령국가유산지킴이봉사단은 2월초순경 그동안 심혈을 기울여 연구 개발한 토정비결 앱과 태극사상의 원리를 전문가와 함께 보령시 토정마루에서 시연과 특강을 할 예정이다.
자료제공 : 백남균 한국사능력검정시험 1급 만점자
토정마루 이행수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