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모내기로 두번 수확 ‘움벼 재배’ 성공
- 도 농기원, ‘빠르미’로 전국 최초 움벼 재배 기술 대규모 현장 실증 - -현장 실증...홍성 서부면( 3만㎡,) 당진 송악면( 4만 5000㎡)에서 진행 중. -5월 상순 모내기, 80여일 후, 8월 상순 1차 수확 후, 밑동 재생 10월 하순 2차 수확
충남도가 자체 개발한 초조생종 벼 ‘빠르미’를 이용, 국내 최초 한 번 모내기로 두 번 수확하는 ‘움벼(라툰) 재배 기술’이 대규모 현장 실증에 성공했다.
이기작과 노지 이모작, 시설하우스 삼모작 기술 개발에 이은 성과로, 빠르미 재배 기술 ‘4종 세트’를 마침내 완성한 것이다.
3일 도 농업기술원에 따르면, 움벼 재배는 한 번 수확한 벼의 그루터기에서 새순을 키워 쌀이 영글면 수확하는 방식이다.
첫 수확 후 논을 갈아엎지 않고 물과 소량의 비료만 공급해 벼를 다시 키울 수 있는 ‘저투입형 벼 재배 기술’이다.
이 재배법은 동남아시아나 미국 남부 등 고온 지역에서만 가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도 농업기술원은 생육 기간이 짧고 재생력이 강한 빠르미를 활용할 경우 국내에서도 움벼 재배가 가능할 것으로 봐 왔다.
대규모 움벼 재배 가능성 확인을 위해 실시한 이번 현장 실증은 홍성 서부면 3만㎡, 당진 송악면 4만 5000㎡의 논에서 진행 중이다.
5월 상순 모내기를 실시한 뒤, 80여일 만인 8월 상순 1차 수확을 하고, 밑동을 그대로 두고 재생시켜 10월 하순 2차 수확에 나선다.
실증 결과, 1차에서 10a 당 450㎏을 수확한 뒤 실시한 움벼 재배 수확량(2차)은 1차 대비 20%(10a 당 90㎏) 수준으로 예상되고 있다.
1·2차 수확량은 10a 당 540㎏ 안팎으로 일반 벼 수확량(10a 당 527㎏)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1차 수확 빠르미의 경우 8월 초 프리미엄 햅쌀로 높은 가격에 판매된다. 결과적으로 1차 고가 판매에, 마치 정해진 월급 외에 ‘보너스’를 받는 것처럼 2차 추가 수익 발생으로 농가 소득이 향상되는 효과를 올릴 수 있는 셈이다.
빠르미를 개발한 도 농업기술원 쌀연구팀장 윤여태 박사는 “움벼 재배는 1차 수확 후 경운·육묘·이앙 등 추가 농작업이 필요 없이 물을 채워 키우거나, 물을 채우고 약간의 비료를 살포하면 되기 때문에 노동력이 거의 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움벼 재배는 또 고온 피해 없이 등숙이 이뤄져 쌀 품질이 우수하며, 벼멸구나 도열병 등 병해충 피해도 적고, 태풍 등에도 쓰러지지 않아 기후위기에 대응한 미래 벼 재배 기술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학헌 도 농업기술원 연구개발국장은 “이번 실증 결과를 토대로 수량성과 품질을 동시에 향상시킬 수 있는 움벼 재배 표준 모델 구축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민국 농업사 새로 쓴 ‘혁신 아이콘’ ‘빠르미’ 짧은 재배 기간 덕에 이기작·노지 이모작·시설하우스 삼모작 가능하다.
충남도가 개발한 빠르미는 대한민국 농업사를 새로 쓴 혁신 아이콘으로 평가받고 있다. 빠르미는 도 농업기술원이 2009년부터 국내외 조생종을 교배해 개발한 품종으로 이앙부터 수확까지 기간이 80일 안팎으로, 국내 쌀 가운데 생육 기간이 가장 짧다.
충남 대표 쌀 품종인 삼광벼가 130일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50일 가량 수확을 앞당길 수 있는 셈이다. 재배 기간이 짧은 빠르미는 △농자재 및 인건비 절감 △물 사용량 30% 절감 △비료 사용량 10% 이상 절감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물과 비료 사용량 저감은 지구 온난화 원인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물질인 메탄가스 발생을 크게 줄이는 효과도 있으며,시설하우스 휴경 기간을 활용해 재배할 경우, 염류 집적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벼 수확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이앙 시기를 조절하면 가뭄 등 자연재난을 회피해 재배할 수 있으며, 여름철 풍수해로 피해를 입었다면 대체 투입 재배가 가능하다.
빠르미는 특히 △이기작(빠르미+빠르미) △노지 이모작(옥수수·감자·강낭콩+빠르미, 빠르미+감자·배추 등) △시설하우스 삼모작(수박+빠르미+오이 등)이 가능해 농지 활용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
2021년 농가 보급 이후에 보급된 빠르미는 충남을 비롯, 국내 곳곳에 보급돼 재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