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학소장 칼럼 16, 계속 되는 학교폭력, 학교폭력 대응 시스템의 근본적인 점검이 필요할 때

2025-08-01     보령뉴스

 

지난 6월 충남 청양의 한 고등학교에서 일어난 학교폭력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또다시 같은 지역에서 심각한 학교폭력 사태가 일어났습니다. 언론사의 보도에 따르면 해당 사건은 2년 전부터 최근까지 장기간에 걸쳐 동급생에 의한 괴롭힘, 금품 갈취, 신체적 폭력이 상습적으로 반복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심지어 가해 학생이 피해자의 팔에 담뱃불을 지지거나 SNS를 이용한 가혹행위를 강요한 정황도 드러났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접한 청양군 지역사회는 큰 충격에 빠진 채, 학부모들은 “이제는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것 자체가 두렵다”라며 가해자에 대한 엄정한 조치와 피해자 보호를 위한 실질적 대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을 보며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불과 2개월 전에 알려진 청양의 학교폭력 사건과 이번 학교폭력 사건을 비교해 봤을 때, 폭력의 양상, 사건의 전개 과정, 초기 발견 과정에서의 미흡한 대처, 유명무실한 학교폭력대응 시스템, 교육청의 무사안일한 대응까지 모든 면에서 두 사건이 상당히 유사하다는 것입니다. 이번 사건 또한 2년여 간 괴롭힘이 지속되었지만 피해 학생이 등교 거부를 하기까지는 학교는 이 사안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담뱃불 상해와 관련해서도 학폭 전담 조사관의 보고서와는 달리 관련 증거 사진은 조사 기록에 첨부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청양교육지원청의 대처도 이전의 사건과 매우 유사합니다. 학교폭력 담당 장학사는 언론사보다도 사건을 파악하지 못한 무책임한 답변으로 일관하는 모습입니다. 이번 사건 외에도 4건의 학교폭력 사례가 청양 지역에서 추가 접수된 상태로 알려져 있는데,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나머지 학교폭력 사건도 제대로 된 사후처리가 이루어질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한 지역에서 유사한 사건이 반복되는 이 상황 속에서, 이번에도 충남교육청은 그저 뒷짐만 진 채 수수방관하고 있습니다.

저는 청양에서 발생한 반복적인 학교폭력 사건을 보며 현재 교육 당국의 학교폭력대응 시스템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합니다. 교육청의 무사안일한 대응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충남교육청의 학교폭력 대응 시스템 자체입니다. 냉정히 말해서 그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갔다 해도 이번 사태를 막을 수 있었을까요? 이번 사건들을 보면 가해 학생들의 폭력성은 일반 상식을 뛰어넘는 가학적 성격을 띠며, 그 방식과 수법은 날이 갈수록 지능화, 장기화, 디지털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대에 뒤처진 지금의 체계로 앞으로 벌어질 학교폭력 사건을 미연에 방지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결국 허점투성이인 구조 속에서 사안을 처리해야 하는 학교와 교육청 담당자 또한 부담만 늘어갈 뿐입니다

하나의 시스템을 완비하는 것은 많은 연구와 논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이루어내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지금 바로 필요한 것은 충남교육청이 학교폭력에 대한 강력한 척결 의지를 도민들에게 보여 주는 것입니다. 아직 학생 신분이자 미성년인 학생들을 사법적 처벌로 다루는 것이 교육적이냐는 논쟁이 있지만, 이번 청양에서 가해 학생들이 보여준 가학성과 조폭 집단을 방불케 하는 수법은 교육적 해결을 훨씬 넘어서는 심각한 범죄 행위입니다. 이러한 일을 저지르고도 그에 맞는 처벌을 주지 못하는 사회가 어떻게 대다수의 선량한 학생들을 지킬 수 있을까요? 이러한 심각한 학교폭력 사안은 교육청이 나서서 행정·사법기관과 연계하여 단호히 대처해야 합니다. 피해 학생이 2년이라는 시간 동안 폭력을 감내해야 했던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가해 학생의 행동이 제대로 처벌받지 않을 것이고 학교와 사회가 나를 구해줄 수 없을 것이라는, 이 사회에 대한 절망감과 불신이 강하게 깔려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현재의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약칭 학교폭력예방법)은 학생들의 사소한 말싸움부터 심각한 폭력까지 모두 ‘학교폭력’이라는 이름으로 묶어 규정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친구 사이에 기분이 나빠 욕을 한마디 했더라도 학교폭력으로 접수되면 사안 조사를 시작해야 합니다. 최근 ‘학교장 자체해결제’로 경미한 사안은 학교에서 자체 해결이 가능해졌지만, 정작 학생과 학부모들이 절실히 원하는 것은 단순한 다툼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격을 파괴할 만큼 심각한 범죄 수준의 폭력으로부터의 보호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학교와 교육청 체계만으로는 이러한 중대한 사안을 다룰 능력도, 여건도 턱없이 부족합니다. 학교폭력예방법을 즉시 개정하여 교육감 임무 강화, 피해학생 보호 강화, 가해학생 처벌 강화, 학교폭력 업무 사법기관 이관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지금도 수많은 우리 학생들이 학교폭력으로 신음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학교폭력이 ‘형식적 절차’에 그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병학 충남교육혁신연구소」 소장 이병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