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 없이 표류하는 학교 체육

「이병학 충남교육혁신연구소」 소장 칼럼13

2025-06-26     김채수 기자

 

 

 얼마 전 충남 청양에서 일어난 학교폭력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이번에는 충남 아산시의 한 초등학교 체육부 감독(이하 A씨)이 체육부 소속 학생 15여명에게 폭력을 행사하였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A씨의 폭행으로 일부 학생들은 팔, 다리 등 신체 일부에 피멍이 생기고 심한 경우 정수리가 찢어지는 등의 상해를 입었다고 합니다. A씨의 폭행에는 야구방망이와 같은 도구도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한 A씨가 다수의 운동부 학부모들에게 현금을 빌린 뒤 갚지 않은 정황이 확인되었습니다. 피해자 상당수가 금전 요구를 거절한 학부모의 자녀들이라는 진술도 나오면서 A씨의 폭행이 금전 요구 거절에 대한 보복성 행위였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현재 A씨는 감독 업무에서 배제된 채 경찰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10년 넘게 해당 학교에서 감독을 맡아 온 A씨의 이번 폭행 사건을 보며, 체육계의 자정 노력으로 근절된 줄 알았던 일이 아직도 충남 지역 학교에서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이 참 안타깝습니다. 해당 학생과 학부모님들의 피해 복구와 학교 체육부의 조속한 정상화를 바랍니다.

흔히 '엘리트 체육'으로 불리는 전통적 대한민국 학교 체육은 과도한 경쟁과 결과 중심의 문화가 지배적입니다. 이로 인해 지도자의 폭력과 부당한 요구에도 쉽게 저항하지 못하는 위계적인 구조가 형성됐습니다. 또한 진로 변경이나 은퇴 이후를 보장받기 어렵다는 점, 진입 자체의 문턱이 높다는 점 등도 지속적인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이에 우리나라는 '생활 스포츠'를 기반으로 생활 체육과 엘리트 체육을 연계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선회해왔습니다. 그러나 학생들에게 운동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숨막히는 입시 제도와 지도 인력·체육 인프라의 심각한 부족, 국가 차원의 구체적인 비전 부재로 인해 생활 체육 확대는커녕 기존 엘리트 체육마저 무너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교육부에서는 스포츠클럽을 활성화한다고는 하지만 다양한 종목을 수행할 수 있는 지도 인력, 그에 따른 지도 장소, 예산, 유인책 등이 부족한 현실입니다.

충남의 학교 체육의 현주소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엘리트 체육은 엘리트 체육대로 생활 체육과 동떨어져 있고, 생활 체육을 통한 선수 육성도 그 사례가 매우 적습니다. 이도 저도 아닌 충남교육청의 학교 체육. 이번 충남 아산의 사건도 아직까지 갈피를 잡지 못한 충남교육청의 학교 체육 정책이 빚어낸 또 하나의 비극이라고 한다면 과장된 표현일까요? 우리 학생들이 운동을 통해 올바른 인격을 도야하고 그 과정 속에서 본인의 흥미를 탐색하며, 그 과정에서 본인도 몰랐던 재능을 발견한 학생들은 본인의 진로를 찾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 학교 체육이 추구해야 할 본질일 것입니다.

충남교육청은 이번 사건을 단순히 개인의 일탈로 볼 것이 아니라, 감독이 학생에게 폭력을 가해도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구조적 문제부터 살펴봐야 합니다. 또한 감독이 학부모에게 비상식적인 금전적 요구를 할 수 있었던 근본적 배경을 철저히 분석하고, 이를 해소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만 다시는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을 것입니다. 충남교육청은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확실한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고 피해를 입은 학생과 학부모님의 상처가 조속히 치유되기를 바랍니다.

「이병학 충남교육혁신연구소」 소장 이병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