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어무이

시인 강명미

2019-04-06     이상원 기자

햇살 손놀림이 억수로 곱네요

어제까지만 해도 웬 바람이 그리 싸납던지

누비잠바 걸친 4월이 쑥시러워 혼났어요

근디 바람이 감쪽같이 자취를 감추자

이때다 싶은 목련이 하얀 속내 열어 제치고

햇살을 후다닥 잡아 당기네요

어쩌죠 어무이가 지달리던 이 봄,

묵은 눈보라가 불량스럽게 거리를 뒹굴 때부터

병상에서 물 한 모금 못 넘기고

아흔하고도 다섯 해를 링거액으로

생의 어두운 길목만 지키시더니,

이제서야 자식 걱정 다 내려 놓으시고

꽃바람 따라 훨훨 날아올라

아부지 계신 저 하늘나라 꽃이 되셨네요

 

어무이 

어느 새 오십 줄로 머리카락 허옇게 된 이 막내

산소 앞에 계절 꽃 앞세우고

궁금해 하실 얘기들이랑

어무이 애창곡인 찔레꽃도 들려 드릴게요

 

어무이

어무이,